매거진 Keyzine

생로랑의 시그니처, 르 스모킹 (Le Smoking) 본문

DISCOVER

생로랑의 시그니처, 르 스모킹 (Le Smoking)

keyzine I 키진 2024. 11. 17. 21:52
르 스모킹 (Le Smoking)의 부활

 
이번 생로랑의 2025 SS RTW 컬렉션은 전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과거 마릴린 먼로가 입은 얇은 드레스인 '네이키드 드레스'에 영감을 받아 속이 비치는 투명한 소재와 유려하고 여성스러운 실루엣으로 전개되었다면 이번 2025 SS RTW 컬렉션은 생로랑의 시그니처은 '르 스모킹(Le Smoking)'룩을 재해석해, 여성의 남성적 테일러링에 초점을 맞췄다. 
 
 

르 스모킹(Le smoking)의 의미와 유래

 

디너 재킷 또는 라운지 재킷으로도 알려진 스모킹 재킷은 원래 담배를 피우는 동안 착용하도록 설계되었다. 스모킹 재킷의 역사는 흡연이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 대중적인 오락이 되었던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50년대 크림 전쟁으로 인해 영국에서 터키 담배가 대중화되면서 흡연이 인기를 얻었다. 저녁 식사 후 신사는 흡연 재킷을 입고 흡연실로 들어갈 수 있다. 재킷은 시가나 파이프에서 나오는 연기를 흡수하고 재가 떨어지는 것으로부터 옷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생겨났다. 

 

 

 

이브 생 로랑 만의 르 스모킹(Le smoking)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1960년대에 여성들이 바지를 입는 것은 흔치 않았다. 이브 생 로랑은 1960년대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해방운동에 주목하여,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한 여성을 위한 새로운 옷을 발표했다. 그래서 1966년 이브 생 로랑은 남성의 이브닝 웨어인 턱시도 정장을 여성화한 '르 스모킹(Le Smoking)'을 처음 선보였다. 성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에 맞춰 긴 재킷, 스트레이트 팬츠, 주름 장식(자보, jabot)이 달린 오건디(organdy) 소재의 셔츠 등 여성의 몸에 맞춘 혁명적인 르 스모킹을 제시해 오래된 이브닝 웨어 관습을 타파한 패션의 혁명가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 Photo by Hulton-Deutsch Collection in 1967

 
여기서 핵심은 이브 생 로랑이 주장하는 르 스모킹은 단순히 남성복을 차용한 의상이 아닌 여성의 몸에 잘 맞도록 하여 여성의 몸을 더 아름답게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르 스모킹은 샤넬의 블랙 리틀 드레스에 버금가는 혁명적인 옷이 되었고 생전 생 로랑은 르 스모킹을 가장 중요한 컬렉션으로 자리 잡아 1966년부터 2002년 은퇴할 때까지 꾸준히 새로운 버전의 르 스모킹룩을 선보였으며 생 로랑의 스승이었던 크리스티앙 디오르와 코코 샤넬과 함께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디자이너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A suit in Yves Saint Laurent’s final collection for the house (2002) ⓒPENSKE MEDIA

 
 

생 로랑의 2025 SS RTW에서 주목할 점 

 
1. 에펠탑이 아닌 리브 고슈의 본사 건물로 돌아와 쇼를 개최한 것 
 
생 로랑을 이끄는 안소니 버카렐로(Anthony Vaccarello)는 지난 2016년 생 로랑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이후 2020년부터는 에펠탑의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서 웅장한 런웨이 쇼를 연출한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은 에펠탑 앞을 벗어나 리브 고슈의 본사 건물로 돌아와 컬렉션을 진행했다. '리브 고슈'란 파리 센강 왼편 보헤미안이 살았던 지역을 뜻한다. 백만장자들을 위한 옷을 만드는 것에 질렸다고 말한 이브 생 로랑은 젊으면서도 덜 부유한 여성들을 위한 '생로랑 리브 고슈'라는 기성복 라인을 시작한다. 
 
첫 번째 룩으로 오프닝을 장식한 더블브레스트 남성용 정장 퍼레이드는 생 로랑의 창립자 입생로랑에 대한 헌사를 의미했다. 
 
 
2. 크게 3가지 스타일로 나뉘어지는 컬렉션
 
컬렉션의 초반부는 두툼한 주얼리, 커다란 선글라스, 넓은 어깨와 볼륨감이 느껴지는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 등 남성적 실루엣으로 전개되었으며 여기에 트렌치코트, 가죽 재킷, 봄버 재킷 등 다양한 아우터의 레이어링을 선보였다. 
 

0123456
ⓒ fashionn

 
초반부에서 남성적 실루엣과 함께 선보인 커다란 크기의 주얼리가 중반부로 넘어와서 본격적으로 스며들었고 일명 캉캉 스커트라고도 불리는 티어드 스커트와 튜닉 톱은 앞전에 보인 스타일과 다르게 보헤미안 스타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바카렐로가 생로랑에서 처음 선보인 보헤미안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 
 

012345
ⓒ fashionn

 
마지막으로 전개된 15개의 룩은 남성적 실루엣을 상징하는 파워 숄더를 유지하되, 레이스, 러플, 메탈릭 플로럴 패턴을 활용한 재킷과 텍스처들을 서로 레이어링 해 과감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012345
ⓒ fashionn

 

글을 마치며

 
'부자 여성들의 전유물로만 남는다면, 패션은 지루해진다'라고 이브 생 로랑이 남긴 말만 봐도 기존 관념을 탈피하려는 노력 끝에 혁명을 이뤄낸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게 됐다. 그가 1966년부터 2002년까지 르 스모킹을 새로운 버전으로 계속 컬렉션을 이어왔고 브랜드 정체성을 잃지 않고 꾸준히 기리는 헌사로 생로랑의 미래가 기대된다. 끝으로 이브 생 로랑이 남긴 말로 마무리하겠다. 
 
 

A woman wearing a suit is anything but masculine

정장을 입은 여성은 남성적인 것이 아니다.
 
-

Yves Saint Laur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