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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연결하는 매듭, 펜디(fendi)와 명예 매듭장 김은영 장인이 만난 '핸드 인 핸드(Hand in hand)' 캠페인 본문
시간을 연결하는 매듭, 펜디(fendi)와 명예 매듭장 김은영 장인이 만난 '핸드 인 핸드(Hand in hand)' 캠페인
keyzine I 키진 2024. 12. 2. 22:28펜디(Fendi)와 서울시무형문화재 제13호 명예매듭장 김은영 장인이 만난 '핸드 인 핸드(Hand in hand)' 캠페인
펜디의 시그니처백인 바게트 백과 한국의 전통 매듭 공예를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매듭장 김은영 장인이 만났습니다. 2020년부터 시작한 펜디의 '핸드 인 핸드 (Hand in Hand)' 캠페인은 전 세계에서 펜디의 아이코닉백인 바게트 백을 기념하기 위해 현지 장인들과 협업하여 가장 특별하게 재해석합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매듭장 김은영 장인은 전통적으로 조선 왕조 왕과 왕비의 의상을 장식하는 데 사용된 망수를 더한 바게트의 컬러 팔레트는 경상남도 고성 문수 앞에 구름이 드리울 때 바라본 석양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펜디(Fendi) x 명예매듭장 김은영 장인이 함께 만든 바게트백의 주목 포인트
❶ 경상남도 고성 문수암에서 바라본 석양에서 영감을 받은 바게트백
명예매듭장 김은영 장인이 바라본 고성 문수암에서 바라본 일출이 궁금해서 구글에서 검색해 봤습니다. 실제로 본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요?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이 압도당하는 느낌을 선사합니다.
❷ 무려 3,432m에 달하는 술실 사용
하나의 바게트백을 만들기 위해 김은영 장인은 3,432m의 술실을 사용한 사실이 믿기시나요? 매듭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겪어야 하는데요. 흰 비단실을 염색하고 실을 꼬아서 매듭 틀에 놓고 손으로 짜서 매듭을 만듭니다. 한국의 전통 꼬임과 3,432m의 술실로 견고하게 만들고 실크의 은은한 광택과 나비매듭으로 장식하여 우아함을 더했습니다. 김은영 장인이 매듭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로 결심했던 1965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천천히 오랫동안 쌓아온 장인정신과 정성스럽게 매듭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닮았습니다.
(* 술실? : 끈이나 여자의 옷 따위의 끝이나 둘레에 장식으로 다는 여러 가닥의 실)
❸ 한국의 색으로 염색
패션이나 의복사를 공부하다 보면 우리는 영어나 외래어로 알려진 용어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전통색을 나타내는 색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노란색을 띠는 '지백색(창호지에서 볼 수 있는 누르스름한 빛이 도는 흰색)'은 도토리 열매로, 살구색과 은행색을 아울러 이르는 색인 '행황색'은 칡으로 염색한 후 주황색으로 다시 염색하는 과정을 통해 정교하게 표현했습니다. 주로 승복에서 볼 수 있으며, 재를 태운 색과 같은 회색을 나타내는 '치색'은 칡 염색 위에 회색 염료를 입힘으로써 천연 염색 재료와 인공 염색 재료를 순서대로 번갈아 사용해 가며 염색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바게트백은 자연과 크게 대비되지 않고 조화롭게 표현하려는 석양을 연상시킵니다.
❹ 바게트 백에 사용된 장신구와 숨겨진 디테일
예로부터 '장수'를 상징하는 복숭아와 '우아함'과 '기품'을 의미하는 매화를 호박으로 섬세하게 조각해 매듭에 매단 후, 그 위에 금빛 실버 캡슐을 씌우고 붉은색의 반구형 가넷으로 장식했습니다. 가방의 버클은 골드 아연 도금 메탈에 호박을 수공예로 작업해 완성했습니다. 가방의 손잡이는 리자드(도마뱀) 가죽으로 제작했으며, 내부 포켓에는 매듭장의 이름인 '김은영'과 펜디의 '핸드 인 핸드(Hand in hand)' 로고가 스탬핑 되었습니다.
글을 마치며
펜디는 핸드 인 핸드(hand in hand) 프로젝트를 통해 아름다운 제품 뒤에 숨어있는 장인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원합니다.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에 의하면 그녀는 수백 년에 걸쳐, 때로는 대를 이어가며 이러한 장인의 기술을 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분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그녀의 간절한 소망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핸드 인 핸드(hand in hand)를 위해 가장 특별하고 독창적인 기술을 지니고 있는 최고의 장인만을 선별한다고 합니다.
바게트백은 펜디의 기나긴 세월을 보여주는 가방으로써 그녀가 말하길, 핸드 인 핸드(hand in hand) 캠페인에 참여하는 장인들이 공들여 투자한 시간이 만나 결실이 오롯이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각 장인의 예술혼과 정체성이 살아있는 작품만을 선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그녀. 장인들이 살아 숨 쉬는 나라인 이탈리아의 20개 지역에서 각각 한 명씩 장인을 모셔 시작한 핸드 인 핸드는 이제 전 세계로 뻗어 나가 곳곳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장인들과 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기법들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캠페인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매듭장 김은영 장인이 참여함으로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게트백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관련 소식은 적고 많은 사람들은 매듭장에 대해서도 생소할 것입니다. 우리는 외래어와 영어로 된 용어에는 익숙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전통색을 표현하는 이름들은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저도 펜디와 김은영 장인이 만난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더 깊게 글과 기사들을 읽어보기 전까지는 그랬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의복과 전통에 대해서도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매듭과 애정을 계속 기울이는 매듭장분들의 대가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